Showdown
Showdown by jsnel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독일의 천재 신학자였던 디트리히 본회퍼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 '살인마' 히틀러를 암살하기로 결심했다. '암살'이라는 것은 일단 사람을 속여야 하는 일이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기에 촉망받는 신학자인 그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차를 몰고 돌진하는 어떤 미친 운전자(히틀러)의 손에서 억지로라도 운전대를 빼앗기 위해" 거사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 상황에서는 '정의와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암살 계획은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고 본회퍼를 포함한 저항 동지들은 게슈타포에 체포되었다. 본회퍼는 1945 49, 히틀러의 특별 명령에 의해 사형됐다. 본회퍼의 이야기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정의와 평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진실과 거짓'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독재자가 목에 총을 대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할 때 우리는 진심을 감추고 따른다. 비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살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며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진실'을 위해 죽은 것이기 때문에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진심'을 숨긴 사람을 비겁하다고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스포츠계에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호세 칸세코가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사용'을 폭로하기 전까지 이를 알면서도 쉬쉬했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진실을 속이는 거짓말쟁이인가. 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혼란에 빠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스테로이드 사용은 잘못된 일인데..."라고 생각하면서 폭로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물론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를 '장려'했던 리그의 고위 관계자들은 명백한 '거짓말쟁이'였다.

필 잭슨( LA 레이커스 감독)은 수년 전 "단장이 되고 싶지 않은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단장은 거짓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프로 스포츠의 단장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거짓말쟁이야(You are a liar)"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아주 '얇은 선(thin line)'이 있다. 단장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 그러나 '집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자의 질문에 거짓 답변을 했다면 그 단장은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가 줄어든다. 물론 '얇은 선' 때문에 '진실과 거짓'은 그것을 쉽게 넘나드는 사람들에 의해 오용되는 맹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매일 싸워요. 싸울 때 입에 담기 어려운 더러운 욕도 하고 때로는 폭력도 써요"라고 어떤 점잖은 남자 또는 여자가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하자. '진실'을 말하긴 했지만 이는 '거짓말'보다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황우석 박사는 아마 이 '진실과 거짓'의 얇은 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진실'을 말했을 때의 파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다보니 점입가경이 됐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USC의 풋볼 스타였던 레지 부시는 부모가 아마추어 선수인 아들의 능력을 이용해 불법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음에 따라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그는 "부모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아파트에서 살던 부모가 7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 그 뒷배경을 큰아들이 모를 리 없다. 부시는 앞으로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부시가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나는 그를 욕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진실'을 고백하면 이 일과 상관없는 소속학교(USC)가 엉뚱한 피해(2005년 성적 몰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을 놓고 고민할 때 이것이 '정의와 평화(질서)'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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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의 딸

내가 어려울 때면 항상 내 옆에 있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연락하면 기쁘게 맞아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LA 레이커스에는 그런 선수가 한 명 있다. 베테랑 가드 데릭 피셔(33). 그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이다. 어린 딸이 막망아종(retinoblastoma)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눈에 종양이 생긴 병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2006-07시즌까지 유타 재즈에서 뛰었던 데릭 피셔는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딸을 치료할 수 있는 대도시로 가길 원했다. 재즈 구단도 그의 사정을 잘 알고 그의 성품을 잘 알기에 그가 필요했지만 계약에서 자유할 수 있게 해줬다. 농구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니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니까. 피셔의 이동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돈에 이끌리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

무명의 대학 선수
아칸소-리틀락대학 출신인 피셔는 1996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24번으로 지명됐다. 레이커스가 그를 지명하자 LA 팬들은 "듣도 보도 못한 선수를 지명했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제리 웨스트 당시 레이커스 부사장의 눈은 정확했다. 피셔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웨스트가 옳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3.9득점, 1.5어시스트, 출전시간 약 12분. 겉으로 보면 평범했지만 그의 존재는 레이커스 클럽하우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존재는 귀했다.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있으면 편안함이 느껴졌다.

기자들을 모으는 차분한 리더십
필자가 레이커스 경기 취재를 갈 때마다 그의 주위에는 기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꼭 필요한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 튀는 발언도 아니고 자극적인 언어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주변에는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에 편안한 사람이었다. 2003-04시즌까지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피셔는 2004-05시즌부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04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기적의 3점슛을 성공시킨 후 주가가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 시즌이 끝난 후 자유계약 선수가 된 피셔는 레이커스와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샐러리캡'으로 인해 레이커스가 그에게 충분한 연봉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워리어스와 계약한 것을 모두가 축복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당시 "피셔의 이동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는 높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씁쓸한 이동이 아닌 축복받은 이동이었던 것이다.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
 워리어스에서 2년을 뛴 피셔는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됐다. 피셔는 이 트레이드에 약간 상처를 받은 듯했다. 그는 "아무런 언질 없이 트레이드돼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즈로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는 재즈에서 베테랑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피셔는 재즈가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곳에서도 기적의 슛을 성공했다. 딸의 아픔과 어우러졌던 기적의 슛. 그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딸이 생후 10개월이었던 (2007년) 5월7일 피셔는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 시리즈 2차전에 2쿼터까지 결장했다. 딸이 긴급 수술을 받는 날이었고 피셔는 수술을 지켜본 후 3쿼터가 되어서야 경기장에 모습을 보였다. 유타 재즈 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피셔는 이날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3점포를 성공해 재즈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피셔는 시즌이 끝난 후 재즈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딸을 돌볼 수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해서"였다. 안암 전문의가 있는 대도시로 가고자 그는 3년 2천1백만 달러의 계약을 포기했다. 피셔가 꼭 필요했던 재즈 구단의 래리 밀러 구단주는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두말없이 계약 해지를 허용했다. 피셔는 "농구 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안암 전문의가 많은 LA에 정착하기로 했다. LA행을 결정(LA 레이커스와 계약)하면서 그가 잃은 액수는 약 7백만 달러였다. 자식의 생명은 7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소금과 빛 같은 사람
 말만 하는 기독교인이 아닌 행동하는 기독교인인 피셔는 성경이 말하는 '소금과 빛'과 같은 사람이다. 딸이 고통 중에 있지만 그는 "모든 게 하나님 뜻이고 하나님은 나의 인생에서 축복했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하늘을 향해 "왜 당신은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라고 원망했을 것이다. 그의 손목 밴드에는 다음과 같은 이니셜이 적혀 있다. 'WWJD'. 이는 'What Would Jesus Do?'의 약자다. 예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는 의미다. 낮아짐과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피셔는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승리가 최고인 프로 스포츠에서 이기는 자가 되고자 온 힘을 다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WWJD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종교를 떠나 그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인물이다.

밝은터

데릭 피셔 (Derek Lamar Fisher) / 외국농구선수
출생 1974년 8월 9일
신체 키185cm, 체중9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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